[7인7색] Louis Latour, Pouilly Fuisse, 2012

스크린샷 2015-08-21 오후 5.41.58

언젠가의 경험이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는데 우연히 그 기억을 회상시킬 무언가를 만나게 된다면 기대감과 설레임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면 영화를 보거나 책을 봤을 때의 감동이 시간이 지나 잠깐 잊혀져 있었다가 같은 감독이나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을 때에는
망설임없이 그 작품을 선택하게 됩니다.
물론 첫 경험의 강렬함만큼 다음의 경험이 훌륭한 경우는 드물지만 첫 인상에 대한 애정인지 의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부족한 모습이 보일지라도 다른 때보다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다시 말해 감동적이었던 마음을 쉽게 접지 못하는 것이지요.

좋은 자리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먹으며 루이 라뚜르의 상뜨네를 정말 기분 좋게 마신 적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마셔봐야지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져버렸는데, 우연히 루이 라뚜르의 뿌이 퓌세를 만나게 됐네요. 마침 살랑거리는 샤르도네를 구입하러 간 길이었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골라 집었습니다.
그때처럼 같이 먹는 음식하고도 환상의 조합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자라났지요.

과일향과 미네랄리티, 여린 나무 향과 바닐라, 머스크 향도 느낄 수 있었지만, 뭣가 밋밋하고 심심한데다가 산도도 조금 부족한 것도 같아서 보자마자 반가움에 냉큼 집어 들었던 손이 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오픈하고는 다 마시지 못하고 잘 보관해서 다음 날 좀 더 차갑게 마셨더니 처음 마셨던 때보다는 훨씬 생기있는 느낌입니다.
화이트 와인도 오픈 후 보관을 잘 해서 하루를 묵히면 맛이 더 좋아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준 와인이라는 생뚱맞은 의미까지 부여하면서 마지막 한 병까지 맛있게 마셨답니다.

좋은 기억의 탓으로 상심을 했을 때 그 기억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그것이 의리를 지키며 의외의 선물을 준다는
따뜻한 의미가 이 와인에 더해질 것 같습니다.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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