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 7색] 정원사의 맥주 Gardener’s Ale

큰 아이가 방을 옮겨야 한다고 요청이 와서 어제는 옥스포드를 찾았다. 고속도로로 가는 길이야 매번 똑 같아서 이번에는 국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나는 처음이지만 집사람은 자주 다녀 본 모양이다. 요 며칠 하늘에 구멍이 뚫린듯이 쏟아져 내린 비 덕분에 그렇잖아도 맑은 잉글랜드 들판은 더 없이 평화롭고 넉넉하고 사랑스럽다.
“시간이 넉넉하니 웨더스던 영지 Waddesdon Manor에 들려 볼래요? 정말 멋진 곳인데…” 집사람이 주위의 멋진 경치에 취에 깜박 잠이 들었던 나를 깨운다.
“그러지뭐. 나는 고맙지만.. 처음인데. 정원 구경도 하고 싶고. 하지만 비스타에 가야한다 했지 않아?”
잠이 덜 깼지만 로스차일드가의 저택과 가든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얼른 대꾸를 했다.
결국은 아내는 근처 아울렛 매장인 비스타에가서 시간을 보내고 나는 대 저택의 영지인 웨더스돈에서 구경을하기로 절묘한 타협을 보았다. 타협이 아니고 집사람의 작전인지도 모르겠지만…
워낙 큰 저택이라 주차장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10여분 들어가야 입구에 도달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영화에서나 보던 바로 그런 곳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한참을 걸어간 식당에서 우선 점심을 시킨다. 뜨거운 감자 한개와 맥주가 나 온다. 시킨 술은 그 지방 맥주라기 보다는 웨더스돈 저택에에서 직접 제조한 집안 맥주이다.
‘정원사의 맥주 Gardener’s Ale’. 에일 맥주의 참 맛을 느끼게한 맥주다. 짙은 벽돌 색깔의 에일은 세이버리향과 함께 감칠맛이 입안 전체에 고루 퍼져 굴러다닌다. 스무스하되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 넓은 정원을 관리하는 정원사들이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나누어 마셨던 바로 그 느낌이 전해져 온다. 훌륭하다.
-와인스피릿과 함께하는 박정용 대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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